마켓 타이밍의 함정: 한 달 새 35조원이 예금으로 몰린 지금 봐야 할 통계

서대리··8분 읽기
마켓 타이밍의 함정: 한 달 새 35조원이 예금으로 몰린 지금 봐야 할 통계

지난 7월 한 달 동안 35조원 넘는 돈이 몰린 상품이 있습니다. 주식도 아니고 코인도 아닙니다. 은행 정기예금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은행에 있는 돈이 전부 증권사로 빠져나간다는 뉴스로 도배되더니 이제는 정반대가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돈이 주식과 예금 사이를 오가는 이 패턴이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그 흐름에 올라타려는 시도가 통계적으로 왜 불리한지를 숫자로 정리합니다.

한 달 새 35조원이 예금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대비되는 장면 하나. 7월 한 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이었습니다. 순매수 규모 약 38억 달러, 환율 1,410원 기준 5조 3천억원이 넘습니다. 4위가 나스닥 3배 TQQQ, 5위가 한국주식 3배 KORU, 6위가 나스닥 2배 QLD였으니 레버리지 선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그보다 훨씬 큰돈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3%대 예금이 등장하자 돈이 삭제되는 주식 대신 안전한 은행 예금으로 돌아가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시점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변화
작년 12월 말939조 2,863억원기준점
올해 4월까지소폭 감소주식으로 이동
6월부터급증 전환한국주식 고점(6/22) 이후
7월 한 달+35조원예금 회귀 본격화
8월 1〜6일+7조원 (약 991조원)단 6일 만에

반대로 금융투자협회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월 4일 139조 6,948억원에서 8월 6일 104조 712억원으로 25.5% 감소했습니다. 예탁금 자체는 여전히 100조원이 넘는 큰돈이지만 방향이 바뀐 것이 중요합니다.

배경은 단순합니다. 반도체 중심으로 끝없이 오르던 한국주식이 6월 22일 고점을 찍고 내려왔고, 반등하는 듯하다 더 떨어지는 패턴이 7월 내내 반복됐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일수록 손실이 큰 구간이었죠.

물론 정기예금 991조원에는 기업 예금도 포함되니 주식 자금이 고스란히 옮겨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합니다. 은행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특판 상품을 쏟아내고 있고요.

돈이 몰렸다 빠지는 역사는 계속 반복됐습니다

얼마 전까지 "현금은 인플레이션 감안하면 쓰레기"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현금도 하나의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이런 쏠림과 회귀는 늘 반복돼 왔습니다. 주식과 현금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기술주와 배당주, 주식과 채권,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과 금 사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스닥100 지수 차트 위에 시기별로 각광받던 테마를 얹어 보면 패턴이 선명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식 투자가 대중화된 뒤 메타버스와 언택트 관련주에 돈이 몰렸고 국내에도 관련 ETF가 여럿 상장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상장폐지됐습니다.

다음은 차이나전기차였습니다. 매일 오르는 주가에 뒤늦게 올라탄 분들이 많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고점 대비 반토막입니다. 비만치료제, 비트코인, 우주, 양자컴퓨터 전부 비슷한 흐름이었고, 최근 가장 뜨거웠던 반도체에서 "늦은 만큼 더 벌겠다"며 단일종목 2배 ETF에 들어간 분들이 많았던 것도 같은 심리입니다.

지수 ETF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2022년 하락장에서 기술주가 무너질 때 SCHD는 안정적인 방어력을 보여줬습니다. 배당도 잘 나오고 매년 배당성장까지 하는데 1999년부터 배당재투자 기준 백테스트를 하면 나스닥보다 총수익률이 높았던 구간도 있으니 "육각형 ETF"로 불리며 2023년부터 S&P500과 나스닥 대신 SCHD를 모으는 분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하락장 뒤에 온 상승장에서는 SCHD만 제대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VOO와 QQQ를 팔아 SCHD로 갈아탄 분들은 하락은 그대로 맞고 회복은 놓친 셈이죠.

그래서 "역시 장기투자는 지수"라는 교훈을 얻고 올해 미국 지수 ETF로 다시 갈아탔더니, 공교롭게도 올해는 SCHD가 더 잘 나가고 있습니다. 주가 수익률만 봐도 앞서는데 배당수익률까지 감안하면 격차는 더 큽니다.

이렇게 안 좋은 선택만 골라서 한 사람이 진짜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주변에 많고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던 말이 올해는 "미장 탈출은 지능순"으로 바뀌었고, 2분기에 한국주식을 시작한 분들은 원금만 회복되면 두 번 다시 안 하겠다고 말합니다.

시장을 따라다니면 늘 한 박자 늦습니다. 돈이 몰린 곳에 뒤늦게 들어가고 빠질 때도 뒤늦게 빠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말 그대로 "평균"입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분명히 하면, 한국주식을 하지 말라거나 SCHD가 장기투자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종목이나 방법이 무엇이든 나에게 의미 있는 수익률을 주면 좋은 투자입니다. 문제는 어떤 자산도 매월 매년 꾸준히 오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복리의 마법을 계산할 때 연평균 15%로 30년을 불리면 1억원이 66억원이 됩니다. 그래프로 그리면 시간이 갈수록 매끈하게 불어나는 곡선이 나오죠.

하지만 현실의 S&P500 차트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까지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횡보한 구간이 있습니다. 그런 흑역사와 리즈 시절을 전부 합친 결과가 연평균 10%입니다.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운이 없으면 10년을 물려 있다가 11년차부터 빛을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시작하자마자 10년 내내 상승장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적립식으로 최대한 오래 투자하면서 변동성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투자를 결심했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종목을 계속 바꾸는 것보다 가만히 들고 가는 쪽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S&P500이나 나스닥 ETF처럼 장기 보유가 가능한 종목을 골랐다는 전제에서입니다. 인버스 ETF를 사놓고 장기투자해 봐야 의미가 없듯이 투자의 1순위 문제는 언제나 종목입니다.

최고의 날 10일을 놓치면 자산이 절반이 됩니다

타이밍을 잡으려는 시도가 왜 위험한지는 유명한 통계가 보여줍니다. 2003년부터 2022년까지 S&P500 ETF에 1만 달러를 넣고 가만히 있었다면 6만 4,844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날을 놓치면 결과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시나리오 (2003〜2022)$10,000의 결과
그냥 보유$64,844
최고의 10일을 놓침$29,708 (절반 이하)
최고의 30일을 놓침예금 수익률만도 못함
최고의 40일을 놓침원금 손실

반대로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10일만 골라서 피할 수 있다면 가만히 있을 때보다 총자산이 2배 넘게 불어납니다. 많은 사람이 주가 예측에 도전하는 원동력이 바로 이 압도적인 수익률입니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죠.

문제는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둘이 붙어 다니기 때문입니다. 많이 떨어지면 많이 오르고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집니다. 2018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S&P500 일별 수익률의 최고 10일과 최악 10일을 각각 정리해 보면 날짜가 대부분 역대급 하락장에 몰려 있습니다.

구분시기내용
최악의 날 1위2020년 3월 16일 (코로나 팬데믹)하루 -12%
최악의 날 2〜3위같은 시기팬데믹 급락 구간
최고의 날 2·3·5위같은 시기급락 직후의 급반등

최악의 날을 피하겠다고 시장을 빠져나가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최고의 날을 함께 놓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하루만 삐끗해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고, 보통 첫 스텝이 꼬이면 그 다음 판단도 연달아 말립니다.

경험 많은 투자자도 코로나 때 버티지 못하고 손절한 분들이 많은데 경험이 적다면 하락장에서 훨씬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다들 주식이 좋다고 할 때 사고 주식이 망했다고 할 때 현금화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기사들이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면도 있지만, 주식이 그동안 많이 올랐으니 만기가 있는 돈으로 뛰어든 분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초 단위로 전 세계에 퍼지는 시대에는 변동성이 더 크고 빠릅니다. 그래도 타이밍 투자에 도전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과거 기록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몇 년간 타이밍을 잡아서 S&P500이나 나스닥 수익률을 꾸준히 이겼다면 도전해 볼 만합니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소액으로 먼저 시험해 보고 큰돈을 투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매일 훈련하는 세계 최정상 운동선수도 항상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합니다. 훈련도 경험도 없이 투자에서 상위 1% 결과를 노리는 것은 골프를 쳐본 적 없는 사람이 PGA에 출전해 우승을 노리는 것과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PGA는 자격이 없으면 출전할 수 없지만 주식시장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억 단위 시드가 필요해 신중해지지만 주식은 천원 만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차이를 키웁니다.

타이밍 대신 시간: 점검할 기준 세 가지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맞추는 능력이 없다면 남는 전략은 하나입니다. 목표자산에 도달할 때까지 고점이든 저점이든 상관하지 않고 꾸준히 모아가는 것입니다. 투자 레전드들이 하락장에 사야 돈을 번다고 하니, 예시 기준으로 미리 정해둔 기준 가격까지 떨어지면 추가매수를 한 번씩 해주는 식의 설계도 가능합니다.

핵심은 매수 판단을 그때그때의 기분이 아니라 미리 정한 규칙에 맡긴다는 점입니다. 변동성은 시장이 해결해 줄 문제고 투자자가 할 일은 꾸준히 모으면서 풍족한 노후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점검할 기준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 현금은 곳간처럼: 현금성 자산은 중요합니다. 다만 자산이 떨어지기 시작한 뒤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오르고 있을 때 곳간 채우듯 조금씩 모아두는 상품입니다. 지금은 현금도 왕인 시기지만 역사적으로 이 시기는 항상 짧았고 자산이 왕인 시기가 훨씬 길고 강력했습니다.
  • 수익률 집착 경계: 투자 성과는 투자금과 시간과 수익률 세 변수로 결정되는데, 이 중 수익률만 따로 돈이 들지 않고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투자금은 부족한데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을수록, 현재 상황에서 너무 큰 목표를 잡았을수록 수익률에만 매몰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사례가 여기서 나옵니다. 조급한 사람은 기회를 기다리지 못하고 위험을 기회라 믿게 됩니다.
  • 판 자체를 점검: 개인 투자자의 유일한 무기는 시간입니다. 주가 변동성을 투자 기준으로 삼으면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지는 판 위에 서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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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 공개 자료 기준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최고의 10일을 놓치면 수익률이 얼마나 달라지나요?+

2003〜2022년 S&P500 기준 계속 보유하면 1만 달러가 64,844달러가 되지만 수익률 최고 10일을 놓치면 29,708달러로 절반 이하가 됩니다. 30일을 놓치면 예금 수익률만도 못하고 40일부터는 원금 손실입니다.

최악의 날만 피하면 되지 않나요?+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은 대부분 같은 하락장에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급락기였던 2020년 3월에 최악의 날 1〜3위와 최고의 날 2·3·5위가 함께 몰려 있어, 최악을 피하려 시장을 나가면 최고의 날도 함께 놓칠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같은 하락장에는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하나요?+

현금성 자산은 자산이 떨어진 뒤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르고 있을 때 곳간 채우듯 미리 모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역사적으로 현금이 왕인 시기는 짧았고 자산이 왕인 시기가 훨씬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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