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말하는 "은퇴를 앞둔 사람이 절대 하면 안 되는 돈 관련 행동 9가지"라는 해외 기사가 8월에 나왔습니다. 따끈따끈한 신상이죠. 조기은퇴를 목표로 모으는 중인 사람에게도 곧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 9가지 원칙을 하나씩 짚고 실전에서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체 그림부터 표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 | 원칙 | 한 줄 요지 |
|---|---|---|
| 1 | 리스크 있는 투자 금지 | 회복할 시간이 없다 |
| 2 | 전부 현금 보관도 금지 | 인플레이션이 가치를 녹인다 |
| 3 | 투자용 대출 금지 | 이자가 악순환을 만든다 |
| 4 | 고금리 부채 안고 은퇴 금지 | 수비 시점의 고정 부담 |
| 5 | 스타 펀드매니저 추종 금지 | 저비용 인덱스가 합리적 |
| 6·7 | 시장 전망 기반 계획·카지노식 투자 금지 | 맞추기는 반복될수록 실패 |
| 8 | 당황해서 팔지 않기 | 의지력 대신 시스템 |
| 9 | 가족 지원으로 재산 탕진 금지 | 내 본진이 먼저 |
원칙 1·2: 리스크 투자도, 전부 현금도 안 됩니다
은퇴는 월급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확보한 자산으로 남은 삶을 살아야 하니 투기성 투자나 지인 사업 투자, 특정 종목 집중 투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50% 손실을 만회하려면 100% 수익이 필요한데, 은퇴자는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고 그 와중에 매월 생활비가 나갑니다.
버핏의 1픽인 S&P500 ETF조차 단기 성과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보유 기간별 손실 확률을 보면 명확합니다.
| S&P500 ETF 보유 기간 | 손실 확률 (과거 데이터 기준) |
|---|---|
| 하루 | 46.7% |
| 1년 | 21.1% |
| 5년 | 8.2% |
| 10년 | 3.2% |
| 20년 | 0% |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20년은 투자해야 손실 확률이 0으로 떨어집니다. 자산이 넉넉해 상속까지 고려하는 은퇴자라면 계속 불려가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은퇴 시점부터는 공격보다 수비가 현실적입니다. 월급 없는 시기에 하락장으로 자산이 크게 흔들리면 계좌만이 아니라 남은 인생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모든 돈을 현금으로만 보관하는 것도 금지입니다. 버핏은 현금과 채권을 가장 위험한 자산으로 꼽았는데 이유는 인플레이션입니다. 현금 가치는 매년 녹고 있으니, 예시 기준으로 1년치 생활비만 현금으로 빼두고 나머지는 투자하는 설계가 가능합니다. 경제 활동으로 돈을 벌고 있는 글로벌 대표 기업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배당을 받는 구조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기본 원칙이니까요.
참고로 주가가 안 오른다고 욕먹던 SCHD가 올해는 배당을 빼고도 VOO와 QQQ보다 잘 나가고 있습니다. 매년 물가상승 이상으로 늘어나는 배당금은 보너스 개념이고요. 기술주가 워낙 오른 뒤의 반작용으로 배당 ETF 차례가 온 면도 있습니다.
다만 기간을 5년으로만 늘려 봐도 지수 쪽이 확실히 앞섭니다. 시점에 따라 유불리는 달라지지만 상품 설계 구조상 자산 증식이 목적이라면 VOO나 QQQ 같은 지수형이, 더 공격적인 목표라면 레버리지 ETF가 선택지로 거론되고, 은퇴 후 현금흐름과 자산가치 유지에는 SCHD와 고배당 ETF 중심 개편이 어울린다는 관점이 일반적입니다.
원칙 3·4: 대출과 함께 은퇴하지 않기
투자하기 위한 대출은 금지입니다. 은퇴하면 추가 소득을 확 늘리기 어려운데 대출 이자는 계속 발생하고, 투자 결과까지 나쁘면 악순환에 빠집니다. 은퇴할 때가 되면 가진 자산으로 어떻게 만족하며 살지 설계가 끝나 있어야 합니다.
신용대출처럼 이자가 높은 부채를 안고 은퇴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비에 집중해야 할 시점의 고정 부담이라 은퇴 전에 상환을 끝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예시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외에는 대출을 쓰지 않고, 그 주담대 원금도 은퇴 전에 최대한 갚아 한 달 고정비를 낮추는 방향의 설계가 가능합니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투자해야 할 만큼 목표를 크게 잡지 않았다면 굳이 쓸 이유가 없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원칙 5〜7: 스타 매니저와 시장 예측을 쫓지 않기
유명 펀드매니저를 쫓는 이유는 결국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시점이라면 알 수 없는 확률에 베팅하기보다 저비용 인덱스 펀드가 합리적입니다. 정말 좋은 매니저를 골라도 함정이 남습니다. 변동성에서 개인이 버티지 못하고 팔아버리는 것이죠.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는 엄청난 수익률로 유명했지만 거기 투자한 많은 사람은 오히려 손실을 봤습니다.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인덱스 펀드도 장기 보유가 쉽지 않은데 유명 펀드는 변동성이 훨씬 크고, 수익률이 나빠지면 매니저에 대한 믿음도 흔들립니다. 하락장에선 버핏도 욕을 먹는데 다른 매니저라면 더하겠죠. 수익률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100% 믿기 어렵고 그 신앙심 부족은 고스란히 투자 스트레스로 이어집니다. 기초지수가 명확한 패시브 ETF만 모으고 액티브를 피하는 관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시장 전망에 맞춰 계획을 세우거나 시장을 카지노처럼 대하는 것도 같은 계열의 금지사항입니다. 예측은 한두 번 맞을 수 있지만 횟수가 많아질수록 틀립니다. 은퇴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한 번만 잘 맞춰서 졸업하겠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보통 그 한 번의 선택이 가장 큰 손실을 부릅니다.
돈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현실적인 답은 예측이 아니라 조정입니다. 줄일 수 있는 생활비는 줄이고 가볍게 일할 수 있으면 추가 소득을 만드는 것. 지금 가진 자산으로 남은 40〜50년을 살아야 하는 시기에 한 방을 노리다 현금흐름마저 사라지면, 다시 회복할 시간이 있는 20〜30대와 달리 은퇴 세대는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원칙 8: 당황해서 팔지 않기, 의지력 대신 시스템
당황할 일은 당연히 하락장입니다. 주식 비중이 높은데 자산이 갑자기 20〜30% 증발하면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락장에 대비해 주식·채권 자산배분을 잘 해뒀는데 2022년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굉장히 무서워지고, ETF를 팔아 생활비를 쓰는 자가배당 방식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은퇴 시점에 대형 하락장을 만나면 누구든 흔들립니다. "더 떨어지기 전에 잠깐 팔았다가 회복하면 다시 살까", "지금이 저점 같은데 비상금으로 추가매수할까" 같은 생각이 들 게 뻔하죠. 그 미래가 보이기 때문에 효율은 조금 떨어져도 마음이 편한 배당 중심 인출을 선택하는 설계가 있습니다. SCHD 같은 배당주는 하락장에 주가가 떨어져도 배당금은 오히려 계속 늘어온 이력이 있어서, 언젠가 배당성장이 끝날 수 있다는 걸 감안해도 현시점 은퇴 인출 축으로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원칙 9와 마무리: 내 본진이 먼저입니다
마지막은 가족을 돕느라 재산을 탕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기사에는 자녀의 부엌 리모델링 비용을 요청받은 버핏이 "은행에 가라"고 조언한 일화가 나옵니다. 냉정하게 들리지만 가족의 불필요한 과소비에 선을 그어두는 것이죠. 미국 부모의 4분의 3이 자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지만 부모의 은퇴 자금은 아무도 대신 내주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도록 스스로 노후준비가 돼 있는 것 자체가 자녀에게 가장 큰 도움이고, 지원은 내 본진을 다진 다음의 문제입니다.
9가지를 다 보면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 당연한 것들이 은근히 지켜지지 않고, 신기하게도 간과한 지점에서 꼭 문제가 생깁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라면 위 요약 표를 체크리스트 삼아 하나씩 내 상황에 대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원칙들은 조기은퇴 플랜을 세울 때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목표금액까지 갈 길이 남았다면 지금은 모으는 시기의 규칙(장기 보유·저비용 인덱스·시스템 매수)을,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은퇴 시기의 규칙(수비·부채 정리·인출 설계)을 하나씩 적용해 가는 식입니다.
시장은 최근에도 7월 기술주 하락과 8월 달러환율 하락으로 자산을 녹이고 있지만, 이런 변수는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저렴해진 자산을 계획대로 담는 것뿐이고, 원칙이 있다면 그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 글은 해외 기사 소개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손실 확률 등 수치는 과거 데이터 기준으로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