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이어족 선배들과 다른 사람들의 투자 이야기를 보는 재미로 레딧을 훑다가 생각해 볼 만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전고점을 돌파하며 잘 나가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안 좋게 느껴지는지 설명해 달라"는 글입니다.
글쓴이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이 은퇴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신용카드 빚은 쌓였고 임대료와 식료품비는 계속 오릅니다. 금리가 높아 집도 사기 어렵고 해고는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죠. 본인도 주식이 경제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여기에 전쟁과 전 세계적인 정부 부채 증가 같은 악재까지 많은데 언론과 정치인들은 문제없다고만 하니 계속 걱정된다며, 앞으로 1〜2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전고점인데 왜 아무도 행복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주식과 경제의 연관성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주식이 전고점을 돌파해도 사람들은 행복보다 공포와 불안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 예전에도 전고점이면 곧 떨어질 거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요즘 들어 그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계좌가 1억, 2억을 넘어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곧 떨어질까"와 "다음에 더 잘 나갈 종목은 뭘까" 두 가지만 남았습니다. S&P500 ETF를 모아가는 주변 사람들도 예전에는 월적립 매수만으로 수익이 나는 것에 행복해했지만, 이제는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 이것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비교의 함정: 10% 수익률이 예금이 된 이유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절대값이 아니라 상대값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을 보면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주식투자가 대중화되기 전인 2020년 초반만 해도 월급날 지수 ETF 적립식 매수는 신세계였습니다. 주식은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에 적금처럼 모으기만 해도 성과가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계를 알게 되면서 엄청난 수익률들을 보게 됩니다. 나는 연평균 10%인데 온라인에는 1년에 50%씩 버는 사람이 널려 있습니다.
정보 전달이 빨라지고 수익 인증이 많아지면서 단기 수익률 100%, 200%를 쉽게 보게 되니 기대치가 나도 모르게 올라갑니다. 처음엔 연 10%면 대만족이었는데 이제는 20%, 30%에도 "생각보다 별론데?"라는 말이 나옵니다. 10% 수익률이 예금화된 것이고, 내 투자는 실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게 비교의 함정입니다.
근본 원인은 목표 부재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목표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로 찍고 싶은 목표 금액이 없고 오직 "더 많이"만 추구하기 때문이죠. 결핍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더 나은 삶을 위한 원동력이 되지만, 기준이 아예 없으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어디가 부족한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결론은 자연히 "돈을 더 벌자"가 되고 단기간에 수익률 높은 방법만 찾게 됩니다.
전고점 돌파 후에도 떨어질까 걱정하고 다음 오를 종목을 찾아다니는 것도 목표 부재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 때문입니다. 더 벌어야 하는데 주식이 떨어질 거라면 미리 팔았다 다시 사는 게 이득일 테니 예측에 관심이 갈 수밖에요. 처음 마음먹었던 월적립 매수와 완전히 달라져버리고, 신고가가 나와도 "이 돈으로 레버리지나 반도체 개별주를 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만 듭니다.
지수 ETF만 투자고 나머지는 투기라는 말이 아닙니다. 좋은 투자는 결국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것이고, 기대수익률이 큰 만큼 위험도 크다는 걸 인지하고 감당할 수 있으면 하는 겁니다. 그 결정을 잘하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목표 세팅입니다.
로드맵을 짜면 고민이 숫자로 바뀝니다
목표를 세팅하면 내 생활 스타일을 바탕으로 필요한 목표자산과 현금흐름 시스템 그리고 달성 방법까지 한 번에 정리됩니다. 예를 들어 은퇴까지 5년 남은 서부장이 한 달 생활비 200만원을 목표로 5년 안에 금융자산 6억을 만들기로 했고 현재 2억을 모았다고 해보겠습니다. 남은 5년간 매월 얼마를 넣고 연평균 수익률이 얼마나 나와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 조건 (원금 2억, 5년) | 필요 연평균 수익률 | 결과 |
|---|---|---|
| 매월 200만원 적립 | 15% | 세전 6억 80만원 |
| 매월 100만원 적립 | 18% 이상 | 이론상 목표 달성 |
S&P500 ETF의 장기 연평균이 10% 수준이니 이 목표와는 맞지 않고,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거나 투자금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옵니다. 투자금이 늘면 필요 수익률이 낮아지고 줄면 높아지는 관계도 한눈에 보이죠. 이런 표를 만들어 이론상 실현 가능한 투자금과 수익률 조합을 표시해 두면 내 선택지가 어디까지인지도 명확해집니다.
물론 시장이 기계적으로 매년 10%씩 오르진 않습니다. 2017〜2026년 VOO·QQQ 연간 수익률을 보면 강세장 기간이었던 만큼 숫자가 화려한데, 2019〜2021년처럼 3년 연속 20% 넘게 오른 해도 있고 2022년처럼 확 떨어진 해도 있습니다. 언제 투자를 시작했느냐에 따라 똑같이 VOO에 넣어도 결과가 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어찌 보면 운의 영역이죠. 예시처럼 투자 기간이 5년으로 짧으면 손실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둬야 합니다. 투자로 승부를 볼지 조금 안전하게 갈지는 내 선택에 달렸습니다.
다만 이렇게 로드맵을 짜보면 지금 내 상황에서 계속 투자했을 때 원하는 미래가 그려지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선택지가 명확해집니다.
- 필요 수익률이 너무 높게 나오면: 소득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 투자금을 더 태웁니다
- 투자금이 충분하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저변동 상품 중심으로 갑니다
- 혹시 모를 사태가 걱정되면: 현금 비중을 늘려 둡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지금 물가 기준의 은퇴 시점 생활비까지 배당금으로 커버하는 시나리오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생활비 목표가 세후 500만원이라면 물가상승률 3% 기준 17년 뒤에는 매월 826만원의 배당이 필요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월 투자금과 수익률 조합을 확인하고 맞춰 준비하면 되죠. 매월 얼마를 투자할지, 어떤 종목에 넣을지, 지금처럼 모으면 노후 현금흐름이 가능할지 같은 고민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남의 레이스가 아니라 나의 레이스
이렇게 나만의 로드맵을 짜면 다른 사람들과의 무한경쟁이 아니라 나만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누가 더 벌었다면 축하해주고 적용할 부분이 있으면 가져온 뒤 다시 내 레이스로 돌아오면 됩니다. 그러면 FOMO나 공포에 흔들리지 않고, 보너스로 어느샌가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목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 자체가 없어집니다.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주식이든 코인이든 투자를 시작했다면 나만의 투자 로드맵부터 만들어 보라고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그런 기준이 없다면 수익이 나도 불안합니다. 무작정 돈을 모으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나만의 로드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남들과의 경쟁도 좋지만 그건 본업이나 사업에서 집중하고, 투자만큼은 "나"를 기준으로 세팅하는 겁니다. 나만의 투자 맞춤 시스템이 평생 투자를 계속하게 해주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줄 겁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계산 예시는 단순화된 가정 기준이며 실제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