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직연금에서 가장 많이 산 ETF와 세 가지 경고등

서대리··6분 읽기
올해 퇴직연금에서 가장 많이 산 ETF와 세 가지 경고등

올해 직장인들이 퇴직연금(DC·IRP)에서 가장 많이 산 ETF는 무엇일까요. 순매수 통계(2026년 상반기·언론 보도 기준)를 보면 미국 지수 ETF가 아니라 반도체 두 종목을 담은 채권혼합형 ETF가 1·2위였습니다. 몇 년간 이어진 "연금 = 미국 지수"의 대세가 뒤집힌 것인데, 이 순위표에는 퇴직연금 투자자가 알아둬야 할 경고등이 세 개 들어 있습니다.

올해 순위표: 대세가 바뀌었습니다

기간퇴직연금 순매수 상위 (언론 보도·증권사 통계 기준)
2024〜2025년미국 S&P500·나스닥 ETF가 상위권
2026년 상반기1·2위 반도체 채권혼합형, 3위 한국 반도체. 상위권 대부분 한국주식형
2026년 7월 (코스피 급락 후)순매수 1〜3위 전부 미국 지수 ETF로 회귀

작년까지는 연금계좌 상위권에 한국주식형이 있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중심으로 한국 시장이 급등하자 자금이 옮겨갔고, 7월 코스피가 월간 -22%(마지막 날 +18% 반등을 포함한 수치)를 기록하자 다시 미국 지수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순위표가 곧 최근 수익률을 따라다닌 흔적입니다.

경고등 1: 10년 계좌를 최근 수익률로 고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가져가는 계좌입니다. 그런데 종목 선택 기준이 "긴 호흡으로 들고 갈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요즘 뭐가 올랐는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가 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2019년 말 DB에서 DC로 전환해 들어오는 돈마다 미국 지수 ETF를 사서 방치한 투자자의 계좌는 2026년 8월 기준 원금 3,600만원이 7,5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불었습니다(예시 기준). 2020년 당시엔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주식으로 굴리다니 미쳤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는데, 결과를 만든 것은 종목 갈아타기가 아니라 버틴 시간이었습니다.

반대로 반도체 급등을 보고 올해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라면 7월 한 달에 주식형 기준 -30%대 하락을 퇴직금으로 맞았을 수 있습니다. 투자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퇴직금부터 넣었다면 이 변동성을 버티지 못하고 손절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경고등 2: "안전자산"은 원금보장이 아닙니다

올해 순매수 1·2위가 채권혼합형이라는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퇴직연금에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는 30% 룰이 있는데, 채권혼합형은 안전자산으로 인정되면서도 반도체 두 종목을 절반 담고 있어 "이거 하나면 룰 신경 쓸 필요 없이 반도체에 올인"이 됩니다. 2월·4월에 상장한 신생 상품에 자금이 몰린 이유죠. 그런데 여기에 두 겹의 오해가 있습니다.

  • 안전자산 인정 ≠ 원금보장: 채권혼합형은 제도상 분류일 뿐 원금보장 상품이 아닙니다. 실제로 7월에 이 상품들은 약 -13% 하락했습니다. 주식이 단 두 종목이라 일반 혼합형보다 변동성도 큽니다.
  • 채권 ≠ 안전: 미국 장기채 ETF(TLT)는 최근 5년간 44% 떨어졌습니다. "주식 하락장에 채권이 오른다"는 말만 듣고 담았던 한국판 장기채 ETF들도 결과가 좋지 못했고, 많은 투자자가 자산배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 사례로 남았습니다.
장기 투자자들이 30% 룰을 다루는 일반적인 방법은 반대입니다. 주식형으로 70%를 먼저 채우고 남는 30%를 혼합형으로 채워 계좌의 주식 비중을 최대화하는 것입니다. 같은 상품도 "안전해 보여서"가 아니라 "주식 비중을 늘리는 도구로" 쓰는 것이라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경고등 3: 주식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시간입니다

장기 데이터에서 주식은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확률이 낮아지고 기간별 최저 수익률은 오히려 올라갑니다. 20년 보유 구간에서는 손실 사례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고점은 운의 영역이지만 저점은 투자 기간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퇴직연금이야말로 이 성질을 쓰기 가장 좋은 계좌인데, 최근 수익률을 따라 갈아타는 순간 이 장점이 사라집니다.

결론: 코어는 오래 들 수 있는 것으로

타이밍과 종목 선택에 재능이 있는 투자자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그 재능은 코어 자산을 지수 ETF로 다져둔 상태에서 서브로 실험해보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재능이 확인되면 그 방식을 키우고 아니라면 시간과 함께 가는 지수 적립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퇴직금은 실험의 밑천으로 쓰기에는 너무 무거운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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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언론 보도와 공개 통계 기반의 시장 해설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2026년 8월) 기준으로 변동될 수 있습니다. 투자 손실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이니까 원금이 보장되나요?+

아닙니다. 퇴직연금 제도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뿐 원금보장 상품이 아닙니다. 반도체 두 종목을 절반 담은 혼합형은 2026년 7월 한 달에만 약 13% 하락했습니다.

퇴직연금 안전자산 30%는 어떻게 채우는 게 좋나요?+

장기 투자자들은 주식형으로 70%를 채운 뒤 남는 30%를 주식채권 혼합형으로 채워 계좌 전체의 주식 비중을 최대화하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상품이 아니라 목적이 기준입니다.

채권 ETF는 안전한가요?+

만기까지 들고 가는 개별 채권과 달리 채권 ETF는 가격이 계속 움직입니다. 미국 장기채 ETF(TLT)는 최근 5년간 약 44% 하락했습니다. 채권이라는 단어가 원금보장을 뜻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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